무게
조절 장치를 도입한 사이버쉐이프 CWT 이야기
탁구인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게에 대해서 훨씬 더 예민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88g의 나무 막대기와 90g의 나무 막대기의 무게를 손으로 들어 보고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탁구인들은 그 무게 차이를 알아 차리죠.
1g 차이 정도는 몰라도 2g만 차이 나도 그 차이는 몸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라켓 무게와 플레이어의 경기력은 아래 그림과 같은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무게가 너무 가벼우면 공에 힘이 없고 날리기 때문에 적정 무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또 너무 무게가 무거우면 팔에 무리도 가고 실제 휘두르는 스윙 속도가 느려져
속도와 파워가 감소하죠.
그래서 적정 무게란 매우 예민하면서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선수들의 경우는 1g 내의 오차 범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블레이드의 무게를 셋팅합니다.
이 부분이 참 아이러니한 것이, 비록 블레이드
무게를 딱 맞춰서 셋팅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러버의 무게에서 각 러버별로 무게 편차가 존재하므로, 블레이드
무게가 동일해도 러버 무게에 의해 매번 교체시마다 심지어는 4-5g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선수들의 경우 러버 무게보다도 블레이드 무게에 더욱 더 예민합니다.
아마도 러버의 경우는 무게가 조금 달라도 그 다른 만큼 퍼포먼스에서 보상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혹은 러버는 조금 변수가 있어도 블레이드 만큼은 고정값이기를 원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탁구인들은 블레이드의 무게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라켓 전체의 무게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개별 라켓 간의 차이가 있기도
하죠.
대부분 무게가 같으면 비슷한 성능을 보여 주지만, 목재로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블레이드마다 조금씩 느낌이 다르게 되는 문제가 피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서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세계에서는 라켓 그립에 많은 변형을
주기도 합니다.
조금 더 잡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립을 바꾸는 일도 있지만 무게 변형을 위해서 라켓
손잡이를 깎거나 덧붙이기도 하죠.
과거 한국의 한 업체에서는 손잡이 안을 비우고 그 안에 무게추를 넣어서 무게추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무게를 조절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즉 같은 무게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게추가 이동함에 따라 전체 밸런스가 헤드 쪽이나
손잡이 쪽 어느 쪽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방식이 크게 인기를 누리지는 못 했습니다.
왜냐하면 손잡이 끝까지 목재가 이어져야 단단한 타구 감각을 손에 전달하기 때문이죠.
그립의 일부분이 비워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워 있다면 비록 무게 밸런스 조절은 가능해도, 감각적인 면에서 손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그립 안을 비워서 무게를 조절하는 방식이 여러 브랜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립 안의 목재를 비우는 방식은 저가형 브랜드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심지어 선수
개별적 요구 사항을 반영해서 제작한다는 DHS의 W968도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죠.
선수들이 라켓의 무게감을 줄여 달라고 하면 손잡이 위쪽 부분의 목재에 구멍을 뚫어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낮춥니다.
반면에 더 파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아래 쪽 목재에 구멍을 뚫어 무게 중심을
헤드 쪽으로 올리기도 하죠.
그 외의 다양한 실험들은 지금까지 선수들에 의해 검증되거나 채택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러므로 아마추어 탁구인 여러분들도 손잡이에 너무 많은 변형을 가해서 뭔가를 획기적으로
고쳐 보겠다고 하시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현재의 손잡이는 가장 경기력에 좋은 이상적인 형태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들과 상당히 다른 방향에서 무게 조절 방법을 제안한 새로운
라켓이 출시되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스티가의 사이버쉐이프 블레이드에 CWT라는 무게 조절 장치가 가미된 것입니다.
사이버쉐이프 블레이드는 8각형 모양을 취하고
있고 더 긴 진동축을 지녀 파워가 증가되어 있습니다. 또한 라켓의 무게도 헤드쪽으로 조금 쏠려 있죠.
이런 형상을 고려할 때 새로 출시된 CWT 라켓은
헤드쪽으로 쏠려 있는 라켓의 무게 밸런스를 조금 더 아래로 내리면서 전체적인 라켓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방향의 튜닝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블레이드 손잡이 끝에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 각각 다른 무게의 렌즈를 삽입해서 무게를
조절하는 방식인데요, 아마 헤드쪽에 무게가 쏠리지 않은 일반적인 블레이드라면 이 방식을 취했을 때 원하는
효과보다는 무게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이버쉐이프는 무게 밸런스 자체가 헤드쪽으로 쏠려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설계하게 되면 전체적인 밸런스를 아래로 내리면서 무게 자체가 증가한 것처럼 느끼게 되죠.
따라서 밸런스 이동의 효과보다는 전체적인 중량 증가,
혹은 파워 증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게추는 각각 3g, 6g, 9g 으로
가장 가벼운 것과 가장 무거운 추 간의 무게 차이는 무려 6g이나 납니다.
만약 무게추를 빼고 친다고 하면 가장 무거운 경우와 무려 9g이나 차이가 나죠.
이런 무게 차이는 지금까지 라켓을 고를 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무게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던 수많은 동호인들에게 굉장히 다른 차원의 구입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경기할 때마다, 장소와 상대방에
맞춰 무게 변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강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실제로 이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스웨덴의 트룰스 뫼르가드 선수에 따르면 넓은 경기장을
가게 되면 9g을 사용하고, 좁은 실내에서 경기할 때에는 6g이나 3g을 사용한다고 하죠.
만약 상대방이 긴 랠리를 유도한다면 강한 파워를 위해 9g 중량을 쓸 수 있을 것이고, 넷트앞에 붙어서 빠른 박자의 랠리가
주로 이어진다면 3g을 사용해서 순간 스피드를 늘릴 수도 있겠죠.
이처럼 하나의 블레이드를 가지고 무게를 조절해 가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탁구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면에서 스티가는 참 재미있는 회사 같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취해 나가는 회사이죠.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되었을 때 하드우드 시리즈로 수성글루에 대응하고, 텍스트림이라는 새로운 재질을 도입한 카보나도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 도입한 8각형 형상과, 그리고 그 형상에 무게 조절 기능을 더한 CWT 기술은 탁구 블레이드의
세계를 마치 만화영화처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경기할 때마다 무게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만화같은 현실 아닌가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CWT 기술에 매료될
것을 예상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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